개발자로서 첫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받았다.
회사 내외부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팀이 해체되고, 이제 막 사용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서비스는 잠정적으로 개발이 중단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 커리어에 대한 불안정성은 늘 존재했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에 닥치게 되니 꽤나 오랜 시간동안 벙벙함이 가시질 않았다.
처음 이 스타트업에 입사한다고 했을 때, 처음 다닌 회사가 사라지면 커리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나는 (취업에 썩 도움이 되질 못하는)사회학 전공자로서,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 후 가장 빠른 취업이 필요했고, 다른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큰 회사로의 이직은 수년 후로 미루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은 회사에서 일하며 성장하고자 했다.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리액트를 다루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 회사에서 만난 선배 개발자는 곧 퇴사했고, 나는 혼자서 외주 개발사가 만들어놓은 프로덕트를 분석하며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다행히도 다른 포지션에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훌륭한 분들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2년 동안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2년간 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한 금리 상승과 투자 위축, 이커머스 사태, 그리고 AI 기술의 상용화로 인해 코더로서의 개발자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이직에 어려움이 닥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껏 냉랭해져있는 채용시장에서, 이직을 위해 100건이 넘는 지원을 했고 겨우 3곳의 회사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입사를 결정한 회사는 펄어비스다. 매 면접에서 야근과 강한 업무 강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온라인에서의 평가는 워라밸이 최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입사를 앞두고 이러한 정보들은 나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이 격양된 업무 강도에 대한 평가가 개발자로서의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다. 수년 후, 나는 훨씬 더 실력있는 개발자가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더 공부하게 되는 요즘이다.
사무실은 과천에 있기 때문에 주거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익숙한 환경과 주거 혜택을 포기하고 과천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결정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은 새로운 도전이 있어야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화이팅 하기로 했다.